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진짜 문제는 거기서 시작된다.
바이브 코딩이 바꿔놓은 것
2026년 초, 한 인디 해커가 AI 코딩 도구만으로 SaaS를 3일 만에 만들어서 Product Hunt에 올렸다. 업보트도 꽤 받았고, 트위터에서 잠깐 화제가 됐다. 한 달 뒤 유료 전환은 0명. 두 달 뒤 서비스 종료.
이런 이야기가 올해 유독 많다. Cursor, Lovable, Bolt 같은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만드는 것" 자체는 진짜 쉬워졌다. 주말에 앱 하나 찍어내는 게 더 이상 대단한 일이 아니다. Stack Overflow 블로그에서는 "코드 지식 없이 바이브 코딩하는 새로운 최악의 코더가 등장했다"고까지 표현했다. 거칠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마이크로 SaaS의 실패율은? 여전히 92%가 18개월 안에 죽는다. 도구가 좋아져서 만드는 속도는 10배 빨라졌는데, 실패율은 그대로다.
병목이 이동했다
예전에는 "이거 내가 만들 수 있을까?"가 가장 큰 허들이었다. 서버 세팅, 프론트엔드 구현, 결제 연동. 기술적 장벽이 높았으니까 "일단 만들 수 있으면 반은 성공"이라는 말이 통했다.
지금은 아니다. 만드는 건 누구나 한다. 병목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문제 선정.
인디해커 커뮤니티에서 창업자들한테 "코드 쓰기 전에 잠재 고객 몇 명이랑 얘기해봤어?"라고 물으면, 답은 거의 항상 10명 미만이다. 대부분은 0명. "내가 불편했으니까 남들도 불편하겠지"로 시작해서, 만들고, 올리고, 아무도 안 쓰고, 접는다. 42%의 스타트업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걸 만들어서 망한다는 통계는 2026년에도 변하지 않았다.
돈이 되는 고통의 조건
BigIdeasDB가 238,000건 이상의 실제 불만 데이터를 분석해서 내놓은 결론이 꽤 명쾌하다. 수익을 내는 마이크로 SaaS 아이디어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정량화 가능한 고통이다. 유저가 "이 작업에 주 510시간 낭비하고 있다"고 직접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막연히 "좀 불편한데..." 수준이면 지갑은 안 열린다. 고통이 시간이나 돈으로 환산되는 순간, 월 49199달러의 지불 의사가 생긴다.
둘째, 기존 도구의 빈틈이다. 시장에 솔루션이 아예 없는 경우보다, 있긴 한데 특정 상황에서 제대로 못 푸는 경우가 더 많다. 시장 갭 점수 8점 이상인 영역을 노려야 한다.
셋째, 버티컬 특화. "모든 프리랜서를 위한 인보이스 도구"는 이미 수십 개다. "한국 영상 프리랜서를 위한 견적서 자동화"는 경쟁이 거의 없을 수 있다. 하나의 업종을 깊게 파는 게 핵심이다.
현실적인 3주 루틴
이론은 누구나 안다. 실행이 문제다. 내가 보기에 가장 현실적인 흐름은 이렇다.
1주차 — 관찰만 한다. 코드 한 줄도 안 쓴다. 레딧, 디스콰이엇, 블라인드, 각종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뭘 불편해하는지만 본다. 스크린샷 찍어서 노션에 모은다. 최소 30개. 이게 지루하다고 느끼면 사실 사이드 프로젝트보다 취미 코딩이 맞는 거다.
2주차 — 5명한테 DM을 보낸다. "이 문제 진짜 돈 내고 풀고 싶으세요?"를 직접 물어본다. 반응이 미지근하면 그 아이디어는 버린다. 아까울 거 없다. 아직 아무것도 안 만들었으니까.
3주차 — 그제야 만든다. 바이브 코딩이든 뭐든 상관없다. 핵심 기능 딱 하나. 랜딩 페이지에 결제 버튼 하나 달고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3주차부터 시작한다. 만드는 게 재밌으니까. 근데 재미와 수익은 별개다.
과포화 카테고리를 피하는 감각
AI 래퍼가 대표적인 함정이다. "ChatGPT 위에 UI 하나 씌워서 특정 용도로 팔겠다"는 접근. 작년에는 통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카테고리는 레드오션이다. 콘텐츠 생성 도구와 범용 챗봇은 포화도가 가장 높다.
반면 아직 비어 있는 곳은 있다. 산업별 특화 CRM이 범용 솔루션보다 꾸준히 수익을 낸다는 데이터가 있고, 워크플로 자동화 중에서도 특정 직군 — 수의사, 관세사, 웨딩 플래너 — 만 겨냥하는 도구는 경쟁이 확실히 덜하다. 핵심 질문은 "이 도구가 없으면 사람들이 엑셀이나 수작업으로 하고 있는 게 뭔가?"다. 거기에 답이 있다.
만들기 전에
다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딱 하나만 자문해보자. "이 문제를 겪는 사람 10명의 이름을 댈 수 있는가?" 댈 수 없으면 아직 만들 때가 아니다. 키보드에서 손 떼고 밖으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