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비 얼마나 들까, 도메인 사야 하나, 유료 플랜 끊어야 하나 --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 전에 비용 계산부터 하는 사람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2026년 기준으로 그 고민 자체가 시간 낭비다. 지금은 노트북 하나면 유저 1만 명까지 인프라 비용 0원으로 버틸 수 있는 시대다.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돌아가는 조합이 있다.

0원 스택의 구체적인 구성

Vercel 무료 티어로 Next.js를 호스팅하고, Supabase 무료 플랜으로 DB와 인증을 해결하고, Resend로 월 3,000통 이메일을 보내고, Stripe는 거래 전까지 비용 제로, PostHog 무료 플랜으로 분석까지. 합치면 진짜 0원이다. 2023년만 해도 Heroku와 Railway가 무료 티어를 폐지하고 Vercel 서버리스 함수는 10초 제한이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료 티어가 실전 투입 가능 수준으로 올라왔다.

AI 도구가 바꾼 개발 속도

거기에 AI 코딩 도구까지 끼면 개발 속도도 완전히 달라진다. GitHub Copilot 무료 티어가 월 2,000회 코드 완성을 제공하고, Cursor나 Claude Code 같은 도구를 쓰면 혼자서도 주말 이틀이면 MVP가 나온다. 예전에 2주 걸리던 작업이 이틀로 줄었다는 게 체감이 안 될 수 있는데, 직접 해보면 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하나 그려 보자. 토요일 오전에 Supabase 프로젝트를 만들고 테이블 스키마를 잡는다. Claude Code한테 "이 스키마 기반으로 Next.js CRUD API 만들어줘"라고 던지면 30분이면 기본 API가 나온다. 오후에 프론트엔드 UI를 Tailwind으로 잡고, 일요일에 인증 붙이고 Vercel에 배포하면 끝. 일요일 저녁에 친구한테 링크를 보낼 수 있다. 3년 전이었으면 여기까지 오는 데 평일 저녁 두 주를 갈아 넣었을 거다.

단, AI 도구를 쓸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생성된 코드를 이해하지 않고 그대로 붙여넣으면 나중에 디버깅이 불가능해진다. AI가 짜준 코드의 데이터 흐름 정도는 직접 따라가 봐야 한다. 도구는 속도를 올려주지만, 이해를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유료 플랜이 더 안정적이지 않냐"에 대해

이 반론은 맞는 말이긴 한데, 순서가 틀렸다. PMF(Product-Market Fit) 확인도 안 된 단계에서 월 $20짜리 플랜 3개 끊으면 그게 곧 심리적 부담이 된다. "이만큼 쓰고 있으니까 빨리 성과를 내야 해"라는 조급함. 사이드 프로젝트가 본업 스트레스의 복사본이 되는 순간이다.

실제로 이런 패턴을 자주 본다. 도메인 12, Vercel Pro 20, Supabase Pro 25, 이메일 서비스 10 -- 매달 67이 나간다. 3개월이면 200. 유저는 3명이다. 본인, 친구, 엄마. 그러다 6개월쯤 되면 "이거 돈만 날리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고, 프로젝트를 접게 된다. 문제는 프로젝트 자체가 아니라, 비용이 만들어낸 마감 압박이었을 수 있다.

이걸 매몰 비용(sunk cost)의 함정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좀 더 미묘하다. 회사 프로젝트는 예산이 소진되면 중단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그런 구조가 없다. 본인 카드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금액을 보면서 "이미 이만큼 썼으니까 좀 더 해보자"와 "이거 의미 없으니까 접자" 사이에서 시소를 탄다. 그 시소가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주말 저녁에 코딩하려고 노트북을 열었는데, Stripe 대시보드에 찍힌 이번 달 청구액을 보는 순간 "아 그냥 넷플릭스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비용이 동기를 죽이는 경로는 생각보다 직접적이다.

반대 사례도 있다. 무료 스택으로 시작해서 첫 6개월 동안 비용 0원으로 유지한 사람은 조급함 없이 천천히 실험할 수 있다. 기능을 하나 붙여보고, 반응을 보고, 안 되면 방향을 틀거나 접는다. 돈이 안 묶여 있으니까 접는 것도 가볍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접어도 되는 자유"인데, 비용을 먼저 투자하면 그 자유가 사라진다. 실리콘밸리 인디해커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조언이 "validate before you invest"인데, 한국에서는 유독 "일단 제대로 된 환경부터 갖추자"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 차이가 프로젝트 생존율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돈 쓰는 타이밍은 이렇게 잡는다

돈은 유저가 돈을 내겠다고 할 때 쓰면 된다. 유료 전환을 고려할 시점은 이 정도다:

  • 무료 티어 한도의 70%를 찍었을 때

  • 유저가 "이거 결제해도 되냐"고 물어봤을 때

  • 무료 플랜의 기술적 제약이 유저 경험을 깎고 있을 때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으면 업그레이드할 이유가 없다. 첫 달에 써야 할 비용은 도메인값 1만 원이 전부다. 그것도 아까우면 .vercel.app 서브도메인으로 시작해도 된다. 진짜로.